국내 자동차시장, '국민차=중형차'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이제 국민차는 경차가 아닌 중형차라는 인식이 확고하게 성립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형차는 2002년까지 증가세를 보이다 2003년과 2004년 잠시 주춤했으나 지난해 경유가격 인상 등으로 SUV의 인기가 한 풀 꺾이면서 상승세가 가파랐던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경차는 2001년 8만대에 육박하며 인기를 누리다 매년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이제 국민차라는 칭호가 어색해진 상황을 맞았다. 
 
 1일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자동차통계월보에 따르면 국내 2,000cc급 중형차는 내수시장에서 2001년 28만3,000여대가 팔리며 인기를 끌다 2002년에는 29만5,000대까지 치솟았다. 2003년은 SUV의 상승세에 눌려 23만대로 줄었고, 2004년에도 23만3,000여대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 경유값 인상으로 SUV 구입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중형차를 앞다퉈 구입하면서 지난해에만 35만2,956대나 팔렸다. 
 
 중형에 이어 대형차도 상승세를 타기는 마찬가지다. 대형차는 2001년 7만2,000대에 머물렀으나 이듬해 9만8,000대까지 늘면서 호조를 보이다 지난해는 13만9,758대로 수직상승했다. 중형차와 함께 국내 자동차시장을 이끌어가는 차급으로 성장한 것. 
 
 이와는 달리 SUV는 2001년 18만8,000대가 판매된 후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에 걸쳐 매년 29만7,496대, 28만7,786대, 26만2,890대가 팔리며 호황을 누리다 지난해 23만7,235대로 하향세로 접어들었다. 2002년을 제외하고 2001년부터 5년동안 승용차의 전체 내수판매실적이 100만대 내외로 큰 변동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상황에 따라 수요이동이 상당히 컸던 셈이다. 
 
 소형차는 급락세를 보였다. 소형차는 2002년 연간 25만대가 판매될 정도로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주요 차종이었으나 2003년에는 21만7,000대로 줄었고, 2004년에는 14만6,000대로 명맥을 유지했다가 지난해는 8만2,678대로 곤두박질쳤다. 업계는 국내 소비자들이 소득을 고려하기보다는 외형을 먼저 따지는 경향을 띠면서 엔트리급 차종이 큰 차로 넘어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까지 국내 시장에 판매된 승용차는 모두 67만2,119대로, 지난해보다 약간 늘었다. 이 가운데 중형차와 대형차의 판매대수는 29만9,696대와 11만461대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인 반면 경차는 3만대를 넘지 못했고, 소형차는 4만5,000대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차값이 오르는 데에는 소비자들의 이 같은 큰 차 선호경향도 작용한다"며 "고급차를 찾는 수요가 많다 보니 그에 맞도록 각종 기능들과 편의성이 더해지면서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어찌 보면 중형차를 구입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 중형차를 첫 승용차로 사려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다고 느낄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요즘 일고 있는 국산차값 논란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