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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전손차 ‘애물단지에서 보물단지로’
작성일
2006-10-31 16:46:17
조회수
1890

보험사 전손차 ‘애물단지에서 보물단지로’

 손해보험시장과 중고차시장은 자동차를 매개로 연결돼 있다. 중고차시장에 보험 대리점이 입점해 있고, 매매업체의 수입원 중 하나가 바로 자동차보험 수수료라는 게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연결고리가 있다. 바로 자동차 소유자가 자동차보험금을 받고 보험사로 소유권을 넘긴 전손차다. 현재 이들 전손차의 상당수는 불투명한 방식으로 중고차시장에 흘러들어와 보험사, 중고차업계, 소비자 모두에게 유·무형의 피해를 주고 있다. 그러나 보험사와 중고차업계가 협력하면 이 같은 피해를 줄이는 건 물론 경제적 이익까지 얻을 수 있다. 현행 보험사 전손차 처리규모는 어느 정도이고, 처리 시스템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 지 짚어본다. 아울러 보험사, 중고차업계,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해결방안은 없는 지 살펴본다. 

 ▲손해보험사의 전손차 현황 
 전손차는 자동차보험의 대물 또는 자기차량손해 사고로 수리비 등이 차값보다 많이 나왔을 때 수리 대신 중고차시세나 보험개발원의 차량기준가액을 기준으로 피해자나 가입자가 보험금을 받고 보험사에게 소유권을 넘긴 차다. 침수차의 대부분이 전손차에 해당한다.  

 보험개발원 부설 자동차기술연구소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으로 전손처리된 차는 2002회계년도(2002년 4월~2003년 3월)에 5만6,154대, 2003회계년도에 7만2,674대, 2004회계년도에 6만4,97대다. 연간 6만~7만대 정도로, 국내 폐차대수 50만여대의 12~14% 정도에 이른다. 또 출고된 지 5~10년된 차가 전체 전손차의 63.7%를 차지한다. 태풍과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하면 전손차 대수도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2003회계년도에 전손차가 많았던 이유는 태풍 매미로 대규모 침수피해가 나서다. 올해도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3,000대가 넘는 침수차가 나왔다. 

 ▲보험사의 전손차 처리 시스템 
 보험사들은 자체 처리 또는 외부 회사에 판매를 위임하는 방법으로 전손차를 처리하고 있다. 대형 보험사들은 주로 소규모 경매전문회사에 위탁하고 있다. 나머지 절반 이상의 보험사들은 일선 보상센터나 보상팀 등에 처리를 맡기는 자체 처리 방법을 쓰고 있다. 자체처리 보험사의 보상직원들은 정비공장, 견인업체, 폐차업체 등에 판매하거나 무상제공(견인조건 등)하는 방법으로 전손차를 처리한다. 

 ▲현행 전손차 처리 문제점 
 자체 처리 방식은 계약이 불투명해 담합 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전손차를 가져간 업체나, 그 업체에서 차를 산 딜러들이 폭리를 취하기 위해 전손 사실을 숨긴 채 중고차시장에 유통시키기도 한다. 물만 먹은 침수차는 겉모양에 이상이 없어 속여 팔기 쉽다. 불투명하게 유통되는 전손차는 소비자 피해는 물론 중고차업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보상직원들에게도 현행 전손차 처리는 반갑지 않다. 고유 업무인 자동차보험 보상도 많은데, 부수 업무이면서 처리과정까지 복잡한 전손차까지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사에 손해를 끼치기도 한다. 전손차 가격을 제대로 받으려면 전문적인 잔존가액 평가능력을 갖춰야 하고, 중고차시장의 수요공급현황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이는 보험사의 업무 밖이다. 업무편의를 위해 수의계약이나 제한적 입찰방식으로 전손차가 거래돼 보험사는 전손처리로 차주에게 지급된 보험금을 제대로 회수할 수 없다. 더구나 보험사의 자체 처리는 회사 이미지도 해친다. 자동차절도단은 보험사가 전손차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 도난차를 정상적인 차로 위장 유통시키는 데 전손차를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보상직원과 사고차 전문낙찰자, 전문 절도단 사이에 뒷거래가 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과 23개 경찰서의 기획조사에서도 적발된 도난차 328대 중 전손차와 도난차를 불법 결합한 것으로 의심되는 차가 227대로, 전체 적발건수의 69.2%에 달했다. 또 도난차는 강력범죄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난차는 매년 5만~7만대 정도 발생한다. 

 ▲보험업계의 전손차 처리 개선방향 
 자동차기술연구소는 전손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보험사가 자체 담당하는 전손차 업무를 통합한 ‘전손차 공동처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전손차에서 손상되지 않은 부품을 떼어내 수리나 중고차 상품화 등에 필요한 중고부품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연구소는 전손차를 중고부품 공급루트로 활용하면 중고부품에 대한 적절한 품질 및 신뢰 구축, 보험사 보상업무의 효율성 개선, 전손차를 이용한 보험사기 방지 및 보험업계의 이미지 개선, 재활용에 따른 환경개선 등의 효과가 있다고 본다. 또 전손차 중 50%만 처리해도 500억원 정도의 중고부품 공급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연구소는 아울러 보험사에도 이익이라고 분석했다. 전손차가 순수 폐차 대상이 아니라 대부분 사고로 특정 부위만 손상됐으므로 다른 부분은 재활용 가능성이 매우 높은 데다 차령 증가로 보험료 수입은 급격히 감소하는 반면 공임과 부품비는 변하지 않아 손상차 수리비는 동일하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서다. 차령이 오래된 차를 사고 직전의 상태로 원상복원시키는 보험이론도 만족시킬 수 있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전손차 공동처리 시스템이 갖춰질 지는 미지수다. 자동차재활용을 위한 관계법령을 제정 또는 개정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다. 또 전체 보험사를 묶어야 하는데, 보험사마다 이해관계와 상황이 다르다는 문제가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중고부품 사용에 초점을 둔 전손차 공동처리 시스템은 중고부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없애야 하고 관계법령도 고쳐야 하는 건 물론 중장기적으로 전손차 처리공장을 운영해야 하는 등 해결과제가 많다”며 “이해관계가 다른 각 보험사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계시키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와 중고차업계의 전손차 처리 제휴 
 보험사만 뭉치는 전손차 공동처리 시스템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실현가능성도 떨어진다면 다른 대책을 찾아야 한다. 그 대안은 보험사가 자동차경매장 등 기존 중고차업체와 제휴를 맺는 것이다. 이 것만으로도 보상업무 증가, 이미지 실추, 소비자 피해 등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전손차 처리와 관련된 압류, 저당해지, 말소, 대금회수, 서류관리 등은 중고차업체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업무다. 경매장의 경우 전담직원들을 배치해둔 건 물론 차를 사기 위해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체계적인 인적·물적 인프라를 갖췄다. 전손차 단순 위탁만으로도 보험사는 보상 서비스의 질을 높여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보험사의 이미지도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경매장 등 전문성을 갖춘 중고차업체들은 중고차유통에 반드시 필요한 잔존가치 평가능력과 수급상황에 대한 정보가 있어 보험사가 수의계약이나 제한적 입찰방식으로 자체 처리할 때보다 높은 수익을 보험사에 안겨줄 수 있다. 차를 수리해 경매에 내놓는 상품화시설도 갖춰 전손차의 가치를 올릴 수 있다. 신차 판매부진, 경기불황 등으로 매물을 구하기 힘들어진 중고차업계도 안정적인 매물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다. 자동차제작·판매업체나 대기업 등이 설립한 이들 업체는 기업 이미지를 보호하기 위해 품질보증과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한다. 사후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사고 및 수리 사실도 낙찰자에게 알려준다. 그 만큼 유통의 투명성이 확보돼 소비자가 차를 속아 살 가능성이 줄어든다. 전손처리된 도난차가 정상적인 차로 둔갑하거나 강력범죄에 사용돼 피해자를 계속 양산하는 것도 예방할 수 있다. 

 보험업계와 중고차업계가 이미 갖고 있는 시스템만 연결해주는 단순한 제휴만 맺어도 전손차 처리 시스템 구축을 위해 관련법을 고치거나, 시설을 만들거나,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하는 일이 필요없다. 또 제휴를 맺는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실행할 수 있다. 보험사, 중고차업체,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전손차 처리 해법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최기성 기자 gi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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