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WTI·서부텍사스유) 60달러 시대’에 돌입하는 등 연일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수입분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油)도 배럴당 50달러 벽을 돌파한 데 이어 55달러마저 위협하고 있다.
고유가 시대는 곧바로 석유 관련 제품 가격과 택시비 등 공공요금마저 들먹거리게 만들어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경제를 꽁꽁 얼어붙게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세수(稅收)감소 등을 우려, 유가조절에 손을 놓고 있는 모습이다.
27일 국제시장에서 국내 유가산정의 기준이 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주말(24일)보다 배럴당 0.53달러 상승한 53.79달러를 기록,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WTI도 60.17달러를 기록, 전주말보다 0.46달러 올랐다.
유가급등으로 항공·석유화학·자동차 등 기름값에 민감한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제조업체의 원가는 0.7% 상승하고, 소비자물가는 0.17% 상승압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자동차업계는 올 1~5월 내수판매가 작년 동기보다 4.7% 줄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남충우 부회장은 “유가가 상승하는 시기에 정부가 경유가격인상 방안까지 발표해, 자동차 내수회복을 지연시킨 꼴이 됐다”고 말했다.
공공요금도 인상됐거나 인상 압력에 처해 있다. 서울시는 다음달부터 중형택시와 모범택시 요금을 17.52%씩 인상한다. 부산·광주·울산시도 택시 요금을 23~27%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수도 요금도 올라 서울시는 8월부터 평균 35%, 부산시는 7월부터 평균 9.6% 인상할 예정이다. 또 하반기에는 경유값도 오를 예정이어서 서민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의 ‘비상대응방안(contingency plan)’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35달러를 넘으면 내국세를 인하하고, 유가완충자금을 풀어 가격상승폭을 둔화시킨다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두바이유가 배럴당 53달러를 넘어섰지만 관련 대책은 여전히 실종상태다. 정부는 거꾸로 세수(稅收) 감소를 우려해 세금인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민간 연구기관에선 정부가 유가전망을 부실하게 한 데다 장단기 대책마련에도 허점을 노출한 나머지 문제만 키웠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현진 수석연구원은 “국제유가가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은 2년 전부터 나왔지만 정부는 기초적인 에너지절약 홍보활동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출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