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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기름값 뒤집어 쓴 소비자
작성일
2009-04-13 10:26:54
조회수
3537

국제유가 60% 폭락해도 국내 휘발유값 18.8% 내려 L당 1900원 '기현상'까지
유류세·정유사 이익만 늘어 성난 소비자 "세금 내려야"

회사원 황모(48·서울 잠실)씨는 차에 기름을 넣을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 세계 경기침체로 국제 원유 가격은 반 토막 났는데, 주유소 기름값은 아직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씨를 더욱 화나게 만드는 것은 정부의 세금정책이다. 기름 원가는 낮아지는데도 정부가 매기는 세금이 워낙 많아 기름값이 요지부동이다.

그는 "세수(稅收) 걱정을 먼저 하는 정부에게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라며 "생활필수품이나 다름없는 휘발유에 50%가 넘는 세금을 부과하는 정부가 바로 악덕업주"라고 말했다.

작년 가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천정부지로 치솟던 국제유가가 크게 하락했는데도 휘발유나 경유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자영업자인 박모(37·경기도 군포)씨는 "불황으로 안 그래도 살기 힘든데 기름값까지 떨어지지 않아 죽을 맛"이라고 했다.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지난 9일 현재 배럴당 51.99달러로 작년 7월(131.31달러)보다 60%나 하락했다. 그러나 국내 휘발유 가격의 경우 이달 들어 평균 리터당 1553원으로 작년 7월(1912원)에 비해 18.8%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경유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자동차용 경유는 작년 7월 L당 1919원에서 1334원으로 30.5% 하락했을 뿐이다.

최근 서울 시내 일부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L당 1900원에 육박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한때 배럴당 140달러로 치솟던 작년 7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회의사당 맞은편의 한 주유소는 휘발유 값이 L당 무려 1886원에 달했다. 강남구에 있는 7개 주유소도 L당 1780~1790원대에 휘발유를 팔고 있다.

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소비자는 내라는 세금 꼬박꼬박 내고 가격표대로 돈을 낼 수밖에 없어 이래도 봉, 저래도 봉 신세"라고 말했다.

◆과도한 세금이 문제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작년 7월 교통세와 주행세, 교육세, 부가가치세를 합쳐 L당 832원이었다. 그러나 4월 현재 유류세는 L당 890원으로 7% 늘어났다. 정부가 올 들어 유류세 10% 감면 제도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휘발유 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7월 43%에서 57%로 올라갔다. 휘발유 값의 절반 이상을 정부가 세금으로 거둬간다는 뜻이다. 지난 3월부터는 원유에 붙는 관세율도 1%에서 3%로 올라갔다. L당 10원 정도의 세금이 더 늘어난 것이다.

정부는 최근 국제유가 하락으로 택시나 화물차 등에 주는 유가보조금 지급 규모가 줄자 주행세를 낮추기로 했다. 대신 교통세를 올려, 휘발유에 붙는 세금을 내리지 않기로 했다.

소비자들의 유류세 인하 요구를 정부가 거절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인해 세수(稅收)가 부족한 상황이고 유가 하락으로 인해 기름값 부담도 줄었기 때문에 유류세를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세수의 18%가량(약 25조원)을 차지하는 유류세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휘발유값 인하에 인색한 정유사

정유사들도 유가가 떨어진 만큼 휘발유 값을 내리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는 작년보다 60% 떨어졌지만 정유사들이 주유소 공급하는 세전(稅前) 가격은 43%밖에 내리지 않았다. 정유사들은 지난해 L당 20원의 마진을 남겼고, 이익은 총 4조2000억원에 달했다.

올 들어서도 정유사들은 주유소 공급가격을 L당 412원에서 540원대로 31%나 올렸다. 이는 국제유가 상승률(21%)보다 훨씬 높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이지훈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 정유업체들은 국제유가가 내릴 때는 휘발유 값을 덜 내리고 올릴 때는 더 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공정거래위 조사에서도 국제 휘발유 가격이 1원 오를 때 국내 가격은 3개월 뒤 1.15원이 올랐고, 국제가격이 1원 떨어질 때는 0.93원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업체들은 "작년 한때 휘발유 값이 원유가보다 낮아 손실이 컸다"고 했다. 그러나 원유가격과 국제 휘발유 가격의 차이가 최근 10달러 안팎으로 벌어지면서 정유업체들은 이번 1분기에 상당한 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류세 낮춰 국민 부담 낮춰야"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이철용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 휘발유 가격은 세금비중이 너무 커 소비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07년의 경우 휘발유에 붙는 세금비중이 우리나라는 57.9%로 미국(17.7%), 일본(44.7%), 캐나다(32%)보다 높다.

휘발유 가격이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물가와 구매력 등을 감안해 휘발유 가격을 환산한 결과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4번째로 높다. 지난해 L당 2.459달러로 터키(3.624달러),폴란드(2.552달러),슬로바키아(2.462달러)에 이어 4위에 올라 있다. L당 1.017달러인 미국에 비하면 소득에 비해 2.4배나 비싸게 휘발유를 사다 쓰는 셈이다.

관동대 홍창의 교수(경영대)는 "자동차는 이제 생필품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휘발유에 세금을 50% 넘게 매기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복잡한 휘발유 관련 세목도 단순화해서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ㆍ얄미운 유류세(稅)


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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