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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일본 도요타가 미국 ‘빅3’(GM, 포드, 크라이슬러)를 제치고 세계 자동차 시장의 최강자로 올라선 것은 덴소와 아이신정기 같은 계열 부품업체의 뒷받침이 컸다. 덴소와 아이신정기는 각각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과 트렌스미션(변속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체들이다. 특히 세계 2위 부품업체인 덴소는 부품의 절반을 미국 빅3 등 도요타의 다른 경쟁업체에 공급할 정도로 막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사례 2.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는 1997년 부품협력사인 보쉬와 손잡고 커먼레일 디젤엔진을 개발했다. 이 엔진은 연료를 고압상태에서 분사해 연비와 배기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인 것으로 진동과 소음도 적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커먼레일 디젤엔진은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전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적용하는 기술로 자리 잡았다.
이는 자동차산업에서 부품업체의 경쟁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부품업체는 완성차업체와 함께 자동차산업을 지탱하는 양대 축이다. 특히 수만개 부품으로 이뤄지는 자동차의 특성상 이들 부품의 품질과 기술, 가격은 결국 완성차업체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우리 자동차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업계뿐 아니라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부품협력업계가 함께 혁신을 통해 경쟁력 제고에 나서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차부품산업은 영세성과 내수 의존성을 벗어나지 못해 연구개발(R&D)투자 등 경쟁력 강화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보쉬와 덴소, 델파이 등 세계적인 부품업체들이 첨단·핵심 부품 기술 개발과 품질 향상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부터라도 자동차업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부품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내외 부품업계 R&D투자 극과 극=세계 140여국에 280여 지사를 둔 보쉬그룹은 아낌없는 연구개발투자로 정평이 나 있다. 연구인력만 2만3000여명에 달하고, 2005년 전체 매출액 중 7.4%(38억2500만달러)를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특히 주력인 자동차부품사업 부문은 매출액의 9%(29억4300만달러)를 연구개발에 쏟아부었다.
재작년 차부품 부문에서만 327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세계 부품업계 1위를 차지한 비결이 여기에 있다. 현대모비스의 벤치마킹 대상이기도 한 덴소는 매출액의 10% 가까이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1997년 7건에 그쳤던 미국 특허출원 건수는 98년 124건, 2000년 366건, 2002년 482건 등으로 급증했다.
미국 델파이도 모기업인 GM의 판매 부진과 고비용 구조 탓에 재작년 파산 위기까지 몰리면서도 엔지니어링과 R&D 분야에 2조2000억원을 투입해 210개의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선보였다. 이처럼 글로벌 부품업체들은 대규모 R&D투자로 특허 출원 건수에서 완성차업체를 능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부품산업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자동차부품 영업이익률이 제조업 평균에 못 미칠 정도로 국내 대부분 부품업체가 간신히 공장만 운영해나가는 형편이어서 자체 연구개발은 엄두를 못내고 있다. 국내 1위 업체인 현대모비스조차 연간 R&D비용이 1000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기술자립도 확보 절실=전문가들은 국내 차부품산업의 한계로 핵심 부품 확보율이 낮고 국내 완성차업체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우선 꼽는다. 단순 하청 방식의 생산구조 때문에 기술 자립도가 현저히 떨어지면서 핵심 부품 기술은 외국 업체에 의존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완성차와 부품업체 간 정보공유와 공동 연구개발 등 상생협력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림대 김필수 교수(자동차공학과)는 “자동차부품의 품질이 담보돼야 우리 자동차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하지만 여건상 부품업체 스스로 기술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완성차업계는 물론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