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체들 사이에서 변속기 경쟁이 치열하다. 과거 5단 변속기에서 요즘엔 7단 변속기가 대세다. 롤스로이스 등 대형 고급 승용차를 중심으로 8단 변속기가 도입되고 있고, 조만간 10단 변속기도 등장할 전망이다.
자동차 업체들이 이처럼 변속기 경쟁을 벌이는 가장 큰 이유는 연비다. 변속기 단수가 높을수록 고속 주행 시 연비가 좋아지기 때문이다. 변속기 단수를 높일수록 엔진 회전속도를 낮출 수도 있다. 실제 요즘 차량들은 시속 100㎞ 주행에 RPM이 2000도 채 안 된다.
독일 자동차부품 전문업체 ZF사는 최근 세계 최초로 9단 자동변속기 개발을 공개했고, 국내 업체들은 9단을 건너뛴 10단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ZF의 9단 변속기는 6단 변속기에 비해 연비가 16% 정도 향상됐다. 독일 ZF사에 이어 일본 부품업체인 아이신도 조만간 9단 변속기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최근 들어 10단 변속기 개발에 착수했다. 현대차는 올해 완성차 업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8단 변속기를 신형
제네시스에 탑재하며 글로벌 고단 변속기 시장 경쟁에 가세했다. 현대차에 변속기 주요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사들은 이미 부품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자동차성능연구소 박용성 박사는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10단 변속기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면서 "변속기 단수를 높이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빠른 연비 개선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크라이슬러가 ZF의 9단 변속기 발주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국내에선
쌍용자동차가 ZF 9단 변속기 탑재 계획을 밝힌 상태다. 그러나 완성차 업체들은 9단 변속기 채택에 아직은 신중한 입장이다.
8단 변속기가 롤스로이스 등 후륜 구동형 고급 세단에만 장착된 반면 ZF의 9단 변속기는 별도의 제작 툴을 적용할 경우 4륜구동 차량은 물론 하이브리드 모델에도 적용될 수 있다. 현대차의 10단 변속기도 적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부품연구원 이춘범 박사는 "고단 변속기가 조만간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