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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단란했던 가정이 일순간에 와해했기 때문에…그냥 그렇게 멀리 떠나왔습니다. 모두가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추석 명절이지만 저희한테는 너무 잔인한 명절이네요.” 지난해 12월 강원도 강릉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로 아들 도현군을 잃은 이상훈씨의 말이다. 모처럼 찾아온 6일간의 긴 연휴지만 이씨 가족은 본가와 처가가 있는 강릉을 떠나 전남 순천으로 떠났다. 강릉에서 추석 연휴를 보내는 게 더 힘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6일 강릉시 홍제동에서 도현군이 타고 있던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서 급발진 의심 현상으로 큰 사고가 발생해 당시 12세였던 도현군이 목숨을 잃었다. 이씨는 “도현이가 더 많이 보고 싶고 그립지만,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다”며 “급발진 사고는 다른 세상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막상 우리 가족에게 일어나니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고, 소비자가 결함 원인을 입증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사고 당시 운전을 했던 도현군의 할머니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돼 지난 3월 경찰조사를 받았다. 지난 5월 법정에 선 할머니는 “사랑하는 손자를 잃고 저만 살아남아서 미안하고 가슴이 미어진다. 누가 일부러 사고를 내 손자를 잃겠느냐. 제 과실로 사고를 냈다는 누명을 쓰고는 죄책감에 살아갈 수 없다. 재판장님께서 진실을 밝혀주시길 간절히 바란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이씨 가족은 차량 제조사를 상대로 약 7억6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제기하며 이번 사고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답답한 점은 결함 원인 입증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급발진 사고는 정말 너무나 단란했던 한 가정을 일순간에 무너뜨린 연쇄살인범이자 가정파괴범”이라며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늦었지만 반드시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 가족이 지난 2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린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 원인 입증 책임 전환 청원’ 글에 5만 명이 동의하면서 이른바 ‘도현이법’(제조물 책임법 일부법률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피해자가 차량 결함의 원인을 입증해야 하는 현행법을 ‘차량에 결함이 없었다는 사실을 자동차 제조업자 등이 입증해야 한다’고 바꾸어 제조업자의 입증 책임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더 두텁게 보호하는 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이씨는 “급발진 사고의 원인을 전적으로 운전자에게 입증하게 하는 제도 자체가 모순이자 폭력”이라며 “급발진 의심 사고에만 입증 책임을 전환하는 방향으로 올해 안에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